[단독] “장애인 위해 써달라” 손봉호 교수 13억원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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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원로인 손봉호(84·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13억원 상당의 재산을 기부했다. 기부처는 그가 초대 이사장을 맡은 밀알복지재단이다.

밀알복지재단은 장애인을 위해 써 달라는 손 교수 뜻에 따라 그의 기부금을 종잣돈 삼아 ‘장애인 권익 기금’을 운영할 계획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벌여온 손 교수는 1980년대 초 개신교 실업인을 대상으로 ‘기독교인과 재물’이라는 강의를 진행했었다.

당시 수강생들이 중심이 돼 전개한 캠페인이 ‘유산 남기지 않기 운동’이었다.

13일 서울 강남구 밀알복지재단에서 만난 손 교수는 기부를 실행한 소감을 묻자 “예수님을 조금이라도 닮게 된 느낌”이라며 웃었다.

기부 이유를 물었을 때는 자신이 만든 ‘최소 고통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최소 고통론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행복보다는 고통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며, 크리스천이라면 세상 가장자리에 놓인 이들의 고통에 주목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손 교수는 “가장 관심받아야 할 존재는 장애인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누군가의 고통을 줄여주는 데 돈을 쓰는 것, 그것이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신학자가 규정한 성경의 정의를 언급했다. 바로 ‘약한 자에 대한 하나님의 끈질긴 편애’가 성경의 뼈대라는 것이다.

그는 “세상 밑창에 놓인 사람을 끌어올리는 게 크리스천의 역할”이라며 “목사라면 이 사실을 성도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손 교수는 1970년대부터 장애인 인권운동에 참여한 시민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장애인 이동권 시위와 관련해 “방법이 신사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장애인 처지에서 생각하면 답답할 수밖에 없다”고 공감을 표했다.

이어 “일반 시민을 볼모로 삼는 운동을 전개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동의할 수 없다.

비장애인이 시위로 인해 감당해야 할 불편과 장애인이 평소에 감수하는 불편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이 사실을 알면 누구나 장애인 편에 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