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서 한해를 갈무리하며......
돌아보니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살 수가 없었던 한해였다고 고백합니다.
무작정 떠나 올 때 ‘동역자님들의 사랑을 이렇게 받아도 되는가?’ 할 정도로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왔습니다. ‘그 사랑이 끊어져 받을 사랑이 식어지면 어떡하나?’ 우려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니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동역자님들의 사랑을 먹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 더해지니 내 맘이 평안으로 가득합니다.
비행기를 타본 일이 없는 가족이 기꺼이 선교에 동참해 준 것이 기적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익숙해진 환경, 아름다운 자연, 누릴 수 있었던 것들을 내려놓고 새로운 것을 개척해 가는 어린아이들과 아내가 안쓰럽고 미안할 뿐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아니었더라면...후회도 해보고 원망도 해보았습니다...이겨 낼 수 있었을까?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환난이나 곤고나 핍박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이랴”(롬8:35) 절대 하나님의 사랑이 필요할 때입니다.
아이들은 필리핀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잘 터득해 가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나 교회에서 각자의 역할을 잘 감당해 주고 있습니다. 언어소통의 문제로 학교수업에 스트레스가 많을 텐데도 잘 견뎌주고 있으니 대견합니다. 집에서 만큼은 잘해 줘야지 하면서도 기성세대 기준 틀 속에 아이들을 가두고 있는 내 모습이 실망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날마다 하나님의 위로의 말씀이 아니면 아마도 콩가루가 되었을 것입니다.
김미예사모는 그토록 소원하던 전업주부가 되어 가정살림에 전심전력 중입니다. 뜨거운 날씨로 인해 땀띠 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 뒷바라지와 남편 선교사역에 힘써 애쓰고 있습니다. 불평이 많을 텐데도 살이 빠져서 감사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그런 아내가 사랑스럽습니다.
박철환선교사와의 만남은 설레임으로 시작했다면 거짓입니다. 한편으로 우려와 염려를 갖고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습니다. 만약 이 만남이 세상에서의 동업자간의 만남이었다면 이미 무너졌을 것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맺어진 관계이기에 성령의 간섭이 서로를 필요충분관계로 발전 시키셨습니다. 바라는 것은 가장 아름다운 관계로 진정한 하나님나라 동역자요 조력자가 되는 것입니다.
GSI사역은 생각했던 것만큼 바쁘게 움직입니다. 단기 선교팀 가이드, 주중 청소년찬양집회, 신학교 컴퓨터 강의, 매주 토요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사역, 매 주일 교회들을 순회하며 돌보기 등 갓 파송 받은 선교사가 일복이 많아 행복합니다.
일에 치우치다 보니, 언어배우기에 소홀한 편입니다. 모두가 걱정합니다. 선교사로 롱런하려면 반드시 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젠 미루지 않기로 했습니다. 2월부터 시작되는 따갈로그 강좌에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등록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저를 눈먼자로 말벙어리로 귀머거리로 만드셨습니다. 듣기는 들어도 보기는 보아도 입술을 열어 고백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를 경험하게 하시고, 그들을 깨우칠 ‘학자의 혀와 학자의 귀’를 제게 주시고자 함입니다. 바리새인과 서기관 같은 세상 사람들을 향해 베드로와 바울사도 처럼 소리쳐 강론할 때를 기대해 봅니다.
동역자 여러분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더욱 기도해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