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왕상3:9]
솔로몬 왕이 하나님께 구한 기도입니다. 올바른 재판으로 백성을 다스리기 위한 듣는 마음을 달라고 구합니다. 잘 듣고 옳게 판단할 수 있는 마음을 달라고 합니다. 이웃을 섬겨야 하는 주님의 종으로 이웃의 필요와 요구를 잘 듣는 귀가 필요합니다. 겉으로 들어나는 현상보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필요에 민감하길 원합니다. 영적 고갈에서 헤쳐 나올 수 있도록 진정한 복음을 전하는 종으로서 주인 되시는 주님과 이웃에 귀 기울이는 진정한 종이 되게 하소서!
이곳 동유럽은 서유럽에 비해 경제적으로 상당히 낮은 수준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 국민들 스스로가 소망이 없는 나라로 여기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네요. 일반 근로자들의 월급이 3~40만원 수준이라 해외 기업들이 찾아 올만도 한데 아직은 안 알려졌나 봐요. 바다를 이용한 항구도 있고, 서유럽으로 연결되는 기차도 있는데 무엇이 이 나라의 경제를 붙잡고 있는지 문외한인 저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체류를 위해 사업 비자를 얻었는데 정작 사업을 하고 있지 않아 마음에 부담으로 남아 있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일명 ‘페이퍼컴퍼니’라는 말을 제가 실천하고 있으면서 이들에게 정직을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언어 배우는 기간이라고 자위하면서 언어연수가 어느 정도 마쳐지면 작은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억지로라도 합리화를 시켜봅니다.
이 나라 수도인 포드고리차의 동편에는 작은 난민캠프가 있습니다.
1998년과 1999년에 있었던 세르비아-코소보 내전을 피해 몰려온 알바니아계 코소보 난민들입니다. 전체 세 블록으로 나뉘어 3천여 명이 내전 후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십수 년째 난민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휑한 들판 쓰레기 처리장 옆에 함석지붕을 얹은 판자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옛 난지도나 필리핀의 스모그마운틴을 연상케 합니다. 마을 가운데 학교가 있지만 초등학교 3학년까지 있고 이후에는 시내 일반학교로 진학을 해야 하는데 웬만해서는 진학을 포기하고 생활 전선으로 뛰어 듭니다. 주로 시내에 나가 재활용 쓰레기를 모으면서 구걸하는 것이 주 수입원이고 간혹 구멍가게나 보따리 장사로 연명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입니다. 큰 슈퍼 앞이나 정류장 근처에서 애기를 안고 구걸하는 젊은 여인들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들을 맞이한 몬테네그로 주류 민족 슬라브인들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지만 한수 아래로 보는 민족적 경시풍조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로마인(집시)으로 부르면서 동양인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 이 나라 시민으로 살고 있지만 이십여 년이 다되도록 주류 사회에 진입하지 못하고 변두리에서 서성이는 것은 슬라브 민족의 독특한 우월감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과 대조되는 난민으로 세르비아-보스니아 내전(92~95년)때 밀려온 보스니아 난민들이 있습니다. 근 4년간의 전쟁으로 인해 220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이들의 정착촌이 있는 곳은 없습니다. 이들은 몬테네그로 국민들과 같은 남슬라브인으로 외형적으로나 언어적으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 쉽게 주류사회에 편입되었던 것입니다. 현재는 이들을 난민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이 나라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때 들어온 난민 중에 14세의 소년 씨니샤가 예수님을 믿고 전도자가 되어 지금은 같은 난민 출신으로 코소보 난민들을 돌보는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 땅에 정착하는 과정에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갚을 길은 없어 보입니다. 조금이나마 그 사역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지만 능력의 한계를 느끼면서 기도만 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자립에 앞서 초등학교라도 제대로 다닐 수 있게 하는 것이 씨니샤의 꿈이라는데 저에게는 기도제목으로 잡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안보입니다.
코소보 난민 지역에는 교회가 하나 있습니다. 씨니샤가 인도하고 있는데 매주 옮겨 다니면서 성도들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마을 공터에 가건물을 하나 교회로 세웠었는데 믿지않는 주민들에 의해 훼파되고 다시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거의가 이슬람 신자들입니다. 이중에 크리스쳔으로 돌아온 자들은 30여명, 약 1%의 난민들이 기독교인이 된 것입니다. 몬테네그로 전체 국민 65만 중에 개신교 인구는 200여명으로 0.0003%(?) 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선교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몬테네그로 교회(개신교)들은 아직 자립하는 교회가 없어 난민들에게까지 손을 펼칠만한 여유가 보이지 않습니다. 목회자 사례비도 거의 외부 선교단체의 도움을 받는 수준이며 작은 일감을 찾는 목회자의 형편을 감안하면 아직은 자력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얼마간의 도움이라도 필요한 단계라고 하겠습니다.
저희가 기도하고 있는 선교공동체는 이들의 필요에 응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여겨집니다. 내부적인 자립을 지향하면서 전국에 흩어져 있는 십여 개의 교회와 200여 성도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서로 동역하는 관계를 형성하고 필요에 따라 서로 나누는 사도행전 4장의 초대교회 공동체를 목표로 합니다.
그러므로 저희의 목표는 변함없이 도시 주변의 한적한 곳에 어느정도 공간이 확보되면 현지 선교공동체를 구성하고, 말보다는 삶으로 보여주며 함께하는 선교를 지향하여 봅니다. 부지 구입이나 주거환경 구성 등 아직 준비된 것은 없지만 필요한 때에 주님이 인도해 주시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역 탐색과 함께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는 기준은 1천 평 정도이면 차후 자립을 위한 센터가 되겠다고 정하여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있는 것은 빈손뿐이라 다소 부담스런 가격이 되지만 주님이 필요한 때에 필요를 채우시리라는 믿음으로 두손 모아 기도합니다.
함께 나눌 기도제목입니다.
- 이곳에 필요한 주님의 일꾼들이 주님의 때에 일어나게 하소서
- 지금은 미약한 현지교회 성도들이 제자의 삶으로 이 나라의 희망이 되게 하소서
- 선교의 구심점이 될 선교공동체가 구성되도록 공간을 확보하게 하소서
- 선교사의 소명과 사명을 잃어버리거나 흐트러지지 않게 하소서
-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주님으로 인한 풍성한 삶의 전달자가 되게 하소서
주후 2017년 03월 31일
몬테네그로에서 양승민, 조천연 (진모, 선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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