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25장 31절에는 성막 기구 중에 등잔대를 만들되 순금으로 쳐서 만들라고 하십니다. 세상의 빛으로 불러 주시고 복음 전하는 빛으로 귀하게 쓰시려고 순금으로 만들어 영화롭게 하시려는 주님의 부르심에 나를 쳐 복종케 하고 날마다 죽는다는 바울의 고백이 선교사의 고백이 되어 이 땅의 거민들에게 복음의 빛을 비출 수 있기를 기도하며 인사드립니다.
지난 금요일은 몬테네그로의 독립기념일입니다.
2006년 5월 21일 몬테네그로 자치공화국은 국민투표에서 55.5%의 찬성을 얻어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연방에서의 분리 독립을 선언하고 몬테네그로공화국이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정치적인 난제들 가운데 소수민족인 알바니아, 보스니아계와 이 땅의 원주민 격인 몬테네그로인들의 대다수 찬성이 있었지만 35% 정도의 세르비아계는 여전히 독립에 반대해 민족적인 분란까지 야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제 10여년이 흐르고 나니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고 국가로서의 체계를 갖춰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곳의 공휴일은 보통 이틀간을 쉬는데 어제가 토요일이라 대체공휴일로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황금연휴가 되었습니다. 어제는 각종 기념식 등 차분하게 보내고 오늘은 시내 몇몇 곳에서 퍼레이드와 공연 등의 행사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인구 65만의 작은 나라이다보니 거의 모든 제품들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나름의 특색을 살려 국민들이 행복하고 하나님을 두려워 할 줄 아는 나라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몬테네그로는 국어가 몬테네그린이라고 합니다. 슬라브계통의 언어로 30개의 알파벳에 문자를 두가지 쓰고 있습니다. 치릴리짜 라고 행사 등에 격식을 갖추어 쓰거나 광고판에 자주 보이는 문자로 세르비아에서 주로 사용하는 문자이고 반면에 대중적으로 주로 사용하는 문자는 라띠니짜 라고 영어의 알파벳에 약간의 표식을 덧붙인 형태인데 관공서나 학교나 일반적으로 쓰이는 언어입니다. 저희도 이 문자를 이용해 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해가 잘 안되는 것은 초등학교 교과서를 보고 배우려 했더니 1~3학년까지는 치릴리짜 문자를 배우고 그 후에나 라띠니짜를 배운다고 모든 교과서가 정해져 있네요. 독립한지 10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학교에서는 별 효용이 없는 세르비아어를 먼저 가르치고 국어를 나중에 가르치는 것입니다. 모든 책들도 찌릴리짜를 주로 쓰는 세르비아에서 인쇄를 해 오는 중이더군요. 이 나라 말로 된 성경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아직 구하지 못하고 저 역시 세르비아어로 된 성경을 구해서 더듬더듬 라띠니짜로 바꿔가며 보고 있는 형편입니다.
보반이라는 35세 된 젊은이가 있습니다. 함께 여행을 하면서 정교회에 들러 기도하고 촛불도 켜는 모습에 신앙심이 상당히 깊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단지 심신의 위로와 지병을 낫고 싶은 전혀 기복적인 종교심이었습니다. 혹시 성경을 읽어보았는지 물었더니 집에 성경이 없고, 읽어보지도 않았다는군요. 왜 읽어야 하는지 의아해 하는 눈빛입니다. 젊은 나이에 심한 당뇨로 직업을 잃어버리고 거기에 이혼의 상처까지 더해져 어딘가 기댈 곳을 찾는 그 마음을 이해는 하겠는데 정교회의 실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려옵니다. 정교회 국가로 분류되는 이 나라 어느 서점에도 이 나라 말로 된 성경을 구할 수 없고 치릴리짜 성경은 있지만 찾는 이가 적어 장식품일 뿐이라는군요. 성경을 구해주고 싶은데 구할 방법을 아직 못 찾고 있습니다. 비슷한 언어를 쓰는 옆나라 크로아티아나 보스니아에는 있을 법한데 속히 이 나라말로 된 성경이 발견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이 나라 뿐이 아니라 발칸 지역 전체가 같은 상황이라 여겨지며 성경 배포하는 사역도 참 귀한 사역이 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않은 과정입니다. 더군다나 언어연령의 한계를 극복하기란 여간내기가 아닙니다. 이 나라에 들어온 지 8개월이 넘었는데 아직도 기초반을 넘지 못해 끙끙거리는 우리네 모습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사역에 조바심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언어 배운다는 핑계로 모든 것을 덮을 수는 없겠다 싶습니다. 지난 날 네팔에서의 경험처럼 정규 언어과정을 마치고 사역에 임하면 오죽이나 좋겠지만, 이곳에서는 정규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라 많이 생각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언어습득 기간에는 만나는 사람들이 한계가 있는데 일단 사역에 들어가면 사역을 해야 하니까 더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어 언어의 폭이 더 깊어지고 넓어지리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조심스럽게 사역을 준비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 그에 관한 언어를 필요에 의해 좀 더 집중을 하다 보니 언어습득의 한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사역을 준비하면서 관련자들을 만나고, 법적인 문제나 사회적인 실질 용어들을 만나게 되는군요. 노트를 보면 알겠는데 사용할 때는 기억이 안나니 머리의 저장 공간이 부족한 것은 아닐 텐데 녹이 슨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에 맞는 언어를 준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며 몇 번이라도 사용하면 조금씩 저장이 되니 감사하면서 이 사회에 적응해 나아갑니다.
현재 저희의 목표는 도시 주변의 한적한 곳에 어느정도 공간이 확보되면 현지 선교공동체를 구성하고, 수도사적인 삶으로 선교하는 몬테네그로 교회를 꿈꿔봅니다. 언어에 대해 약함을 인정하고 말보다는 삶으로 보여주며 함께하는 선교를 지향하여 봅니다. 부지 구입이나 주거환경 구성 등 아직 준비된 것은 없지만 필요한 때에 주님이 인도해 주시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함께 기도해 주시길 바라오며 이만 줄입니다.
- 공동체 사역을 위한 부지 마련과 현지인 동역자를 위해서
- 비즈니스 사역에 달란트가 있는 선교동역자를 보내 주시도록
- 이 땅에서 만남이 있는 모든 이에게 주님이 증거 되기를
- 선교사로서의 삶에 우선순위인 선교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게 하소서
- 언어가 우선순위가 아니라 주님이 우선순위가 되기를
- 기족들을 위한 기도
. 치매초기 증상이 찾아온 어머님이 기도생활로 극복하시도록
. 가족 중에 주님을 모르는 자들이 언제든 귀한 기회를 만날 수 있도록
. 진모가 한동대 졸업학기를 잘 마치고 6월에 인도네시아로 가 인턴생활을 하며 주님을 더욱 가까이 만날 수 있도록
. 선모가 다시 미국 신학교에 도전하는데 비자문제 등 잘 해결 받을 수 있도록.
주후 2016년 05월 22일
몬테네그로에서 양승민, 조천연 (진모, 선모)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