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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예배 365-10월 10일] 한가운데 서라

[가정예배 365-10월 10일] 한가운데 서라

입력 : 2020-10-09 17:31
 
 
찬송 : ‘네 병든 손 내밀라고’ 472장(통 530)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마가복음 3장 1~6절


말씀 : 예수님이 안식일에 회당으로 들어갔을 때 회당 안에는 한쪽 손이 마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예수님이 이 사람을 고쳐주시는지 지켜보았습니다. 이들에게는 손 마른 사람의 절박한 사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어떻게 하면 예수님을 고발할 증거를 얻을까 하는 데만 관심이 있습니다. 참 못됐죠.

손 마른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성경의 정경 말고 외경 중에 ‘나사렛파 복음’이 있습니다. 상상력을 동원해서 마태복음을 좀 더 상세히 해설해 놓은 책인데, 이 책에서는 손 마른 사람의 직업이 ‘석공’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 사람이 예수님께 간청하는 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는 석공으로서 손으로 양식을 마련하던 사람입니다. 예수님, 구차하게 양식을 빌어먹지 않도록 저를 다시 낫게 해 주십시오.” 이 사람이 예수님께 간구했다는 것은 복음서의 분위기와 맞지 않지만, 그의 직업이 석공이라는 말은 그럴듯합니다.

예수님은 손 마른 사람에게 ‘한가운데에 (와서) 일어서라’고 말씀하십니다. ‘한가운데’라는 말에 깊은 뜻이 서려 있습니다. 손 마른 사람은 자신의 장애가 부끄러워서 주변에서 빙빙 돌기만 했을 뿐 지금까지 한 번도 사람들 가운데에 서 본 적이 없습니다. 잔뜩 주눅이 든 채 한쪽 구석에서 사람들의 눈치만 살피며 지냈습니다. 변두리 인생이고 ‘한데 살이’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사람들을 당당하게 중심에 서게 했습니다.

제 고향 충남 보령 출신 소설가 이문구의 소설, ‘관촌수필’에도 ‘석공’이 나옵니다. 우리말로는 ‘돌장이’이고, 충청도 말로는 ‘돌쟁이’, 혹은 ‘돌쪼시’라고도 하지요. 석공 신씨는 보통학교를 겨우 마친 사람이지만 동네의 궂은일은 죄다 도맡아 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을 정도로 심성이 고운 사람입니다.

신씨는 돌쟁이답게 쓸모있는 돌을 보면 모아놓았다가 동네 사람들이 방고래를 놓거나 굴뚝이나 담장을 쌓을 때 거저 나누어 주었습니다. 자기 집 농사일뿐만 아니라 동네의 크고 작은 일에도 빠진 적이 없습니다. 마을의 상엿집이나 둑을 고치는 일에 앞장섰고, 동네의 험한 초상을 치르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남의 일도 열심히 잘해 주어서 동네 사람들은 서로 신씨의 품을 사고 싶어 했습니다. 타고난 일꾼이죠. 작가 이문구는 평생 살아오면서 가장 가슴에 남는 사람으로 단연 돌쟁이 신씨를 꼽고 있습니다. 신씨는 연작소설 ‘관촌수필’ 속의 또 작은 소설 ‘공산토월’의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주인공 신씨는 소설가로부터 ‘자기 자신이 희생되더라도 이웃과 남을 위해 몸을 버릴 줄 아는 어진 인간상’이라는 후한 평가를 받습니다. 이문구는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변두리 인생 돌쟁이를 자기 소설의 ‘한가운데’에 우뚝 서게 했습니다. 예수님이 하신 일과 흡사합니다.

기도 : 하나님, 변두리에 서 있는 저희를 불러 주시니 감사합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기도문

오종윤 목사(군산 대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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